
솔직히 저는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 차트만 들여다봤습니다. 이동평균선이 골든크로스를 만들면 사고, 데드크로스면 팔고 그게 전부였습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손실이었고, 한동안 왜 차트대로 안 움직이는지 이해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 둘 다 제대로 알고 나서야 조금씩 매매에 근거가 생겼습니다.
차트만 보다 날린 돈이 가르쳐 준 것
기술적 분석이 나쁜 방법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제 경험상, 기술적 분석만을 가지고 종목을 고르면 어느 순간 방향을 잃습니다. 차트는 결국 지나간 가격의 기록이고, 그 안에서 패턴을 찾는 작업입니다. 상승 추세처럼 보여서 샀는데 갑자기 방향이 꺾이면, 손절해야 하는 근거도 버텨야 하는 근거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기술적 분석은 매매 시점을 잡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주가와 거래량의 흐름을 보면서 지금이 본격적인 상승의 초입인지, 아니면 단순 반등인지를 가늠하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어떤 종목을 살지를 결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이 둘의 역할을 오랫동안 혼동했고, 그 혼동이 손실로 이어졌습니다.
기술적 분석을 중시하는 분 중에는 "차트에 모든 정보가 반영되어 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일리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써보니, 차트는 세력의 의도가 드러나는 창이기도 합니다. 거래량이 급증하고 주가가 뜨는 게 꼭 기업 가치 때문만은 아닌 경우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술적 분석을 볼 때 항상 "이 움직임 뒤에 실제 실적이 있는가"를 같이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기본적 분석이 바꿔준 매매의 온도
재무제표를 처음 펼쳤을 때는 솔직히 뭘 봐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숫자들이 나열된 표를 보면서 이게 주가랑 뭔 상관이 있나 싶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기아차 사례를 보면 꽤 명확해집니다. 2019년 주당 순이익이 1,200원대였다가 2020년 중반에 300원대까지 떨어졌을 때, 주가도 함께 내려앉았습니다. 반대로 2020년 말부터 실적이 회복되면서 2021년 6월에는 3,300원대까지 올라갔고, 주가 역시 그 흐름을 따라갔습니다.
SPC삼립 사례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2011년에서 2016년 사이 주당 이익이 700원에서 5,700원까지 꾸준히 늘었고, 주가도 1만 원대에서 15만 원대까지 올랐습니다. 실적과 주가가 장기적으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실적이 가장 좋았던 해는 2016년인데, 주가의 정점은 2015년이었습니다. 주가는 실적보다 먼저 반응합니다. 이미 좋아질 거라는 기대가 반영되고, 실제로 좋아졌을 때는 오히려 재료 소멸로 빠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제가 지금 성장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는 이유도 이것과 연결됩니다. 지금 당장 실적보다 2년, 3년 뒤의 실적이 어떻게 될지를 먼저 보고, 그 기업이 속한 산업의 방향성과 뉴스 흐름을 같이 살핍니다. 기본적 분석을 어느 정도 체계화하고 나니, 매수할 때 이유가 생겼습니다. 이유가 생기니까 들고 있는 동안 흔들릴 일이 줄었습니다. 그게 수익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기본적 분석이 세력들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좋은 실적 발표를 미리 알고 상승을 유도한 뒤 개인들이 몰릴 때 빠져나간다는 구조 말입니다. 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본적 분석만 믿고 올인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적 분석으로 지금 가격의 위치가 어딘지를 같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약세장일수록 이 두 가지가 함께 필요한 이유
지금 시장은 꽤 힘든 국면입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 나오고, 보유 중인 종목이 빨간 불로 가득 찬 날이 이어지면 감정이 흔들립니다. 이럴 때 차트만 보고 있으면 더 무너집니다. 지지선이라던 자리가 뚫리고, 또 다른 지지선이라던 자리도 뚫리면 더는 믿을 기준이 없어집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시기에 버티게 해주는 건 기본적 분석입니다. 내가 들고 있는 기업의 매출이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지, 영업이익률이 유지되고 있는지, 업황이 단기 충격인지 구조적 하락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으면 막연한 공포가 줄어듭니다. 근거 없는 버팀은 한계가 있지만, 이 기업의 가치가 현재 주가보다 높다는 확신이 있다면 기다리는 게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그렇다고 기본적 분석이나 기술적 분석을 완벽하게 익힌다고 해서 손실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시장에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늘 존재하고, 사람의 감정이 개입된 집단적 움직임이 어떤 방향으로 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이 두 가지를 함께 활용하면 수익이 날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조정 국면에서 평소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좋은 기업들의 가격이 매력적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원칙이 있는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보이는 시기입니다.
결국, 어떤 분석법이 더 낫다는 답은 없습니다. 본인이 어떤 스타일로 투자하는지, 얼마나 오래 들고 갈 것인지에 따라 비중이 달라질 뿐입니다. 저는 기본적 분석으로 종목을 고르고, 기술적 분석으로 타이밍을 잡는 방식에서 가장 스스로를 믿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만의 원칙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투자 경험과 의견을 정리한 것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항상 본인의 책임하에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