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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에서의 연대와 휴머니즘

by 잿빛오후 2025. 11. 11.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2021)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붕괴하는 수도 모가디슈에 갇힌 대한민국과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위험한 탈출을 드라마화한 영화입니다. UN 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우리나라와 필사적으로 막기 위한 북한의 정치적 경쟁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긴장감 넘치는 사실주의와 감동을 결합하여 전쟁과 혼란 속에서도 인간의 연민이 이데올로기가 구축한 경직된 경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모가디슈: 위기 속 이데올로기의 붕괴

영화의 시작과 함께 한신성(김윤석) 대사와 직원들은 내전이 격화되면서 소말리아에서 외교적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한편, 림용수(허준호) 북한 대사와 일행도 같은 불안정성을 헤쳐나갔지만, 양측 모두 냉전 적대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들의 상호작용은 의심과 경쟁, 경멸로 정의됩니다. 한반도의 이념적 분열은 아프리카 대륙까지 수천 마일에 걸쳐 있으며, 이는 정치적 긴장이 인도주의적 공간까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소말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이념의 벽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북한 대사관이 공격을 받아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그들은 남한 영내로 어쩔 수 없이 피신합니다. 이 전환점은 죽음 앞에서 정치적 정체성이 무너진 것을 의미합니다. 대한민국 대사가 북쪽 대사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문을 여는 순간은 영화의 가장 강력한 상징 중 하나인 이념을 초월한 인류애입니다. 류 승완 감독은 이러한 변화를 절제된 모습으로 표현합니다. 혼란 속에서 국적과 신념이 무의미하다는 깨달음만 있을 뿐 거창한 연설도, 노골적인 정치적 발언도 없습니다. 중요한 점은 생존과 연민뿐입니다. 모가디슈의 혼란스러운 거리, 폐허가 된 건물, 사방에서 들리는 총성 소리는 이념적 분열이 사라지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그 자리에는 상황에서 오는 불가피함으로 인한 협력이 있을 뿐입니다.

 

연대의 탄생

모가디슈의 중간 부분은 긴박한 상황에 의한 협력으로 바뀝니다. 한때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남북한 외교관들은 이제 음식과 차량, 두려움마저 공유합니다. 비좁은 대사관 방 안의 장면은 눈 맞춤을 망설이는듯한 미세한 행동으로 가득 차 있고, 상호 불신이 서서히 작은 친절 행위로 변합니다. 반대편에서 아이를 위로하는 엄마, 안전을 위한 모두의 기도 등 섬세한 변화를 디테일하게 담아냅니다. 영화 속 연대는 이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공동의 취약성을 인식함으로써 탄생합니다. 양측 모두 위태로운 상황에 대한 두려운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고, 외교관과 그 가족, 대사관 직원들은 이 순간 두 정부의 대표가 아니며 단순히 도망치고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반군 검문소를 통과하기 위해 자동차들에 헌책들, 모래주머니, 나무판, 문짝 등을 테이프로 붙여 임시 방탄 기능을 만들어 탈출을 계획하는 데 협력하는 것은 상징적이면서도 실용적입니다. 공존과 생존은 분열이 아닌 단결에 달려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는데 극 중 서사는 이러한 협력을 낭만화하는 것을 피합니다. 등장인물들은 수십 년간의 불신으로 형성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을 통해 공감과 협력은 생존을 위한 필수임을 보여줍니다. 류승완 감독의 방향은 이념이나 정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공동의 고통을 통해 연대가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를 부각합니다. 주변이 무너지는 세상에서는 한때 적이라고 불리던 사람에게도 손을 내밀게 되는 법입니다.

 

폭력과 두려움 속에서 휴머니즘의 재발견

모가디슈의 마지막 장면은 혼란스러운 탈출을 휴머니즘에 대한 깊은 감정선으로 끌어올립니다. 영화에서 가장 숨 막혔던 자동차 추격전은 단순한 액션 장면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경주입니다. 총알이 허공을 가르고 빗발치며 연기가 거리를 가득 메우자 남북한 사람들의 목숨을 걸고 달리는 차량은 분단에 대한 연민의 궁극적인 승리를 구현합니다. 모든 결정,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살리고 보호하려는 의지의 표현이 됩니다. 그룹이 마침내 이탈리아 대사관에 도착했을 때, 안전한 순간은 곧 이별의 씁쓸한 현실이 다가왔음을 알립니다. 생명을 구하는 협력에도 불구하고 냉전의 현실은 두 그룹이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헤어져야 한다고 재확인합니다. 하지만 묵묵하게 서로에게 존경과 슬픔에 잠긴 대사들의 마지막 눈빛 교환은 영화의 감정적 핵심으로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는 서로 가벼운 포옹 정도와 인사 정도는 나누고 헤어졌다고 듣고 그나마 안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류승완 감독의 휴머니즘은 선과 악의 단순화를 거부하는 데 있습니다. 영화의 소말리아 반군은 악마화되지 않았고 외교관은 슈퍼맨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은 두려움과 충성심을 악용하는 더 큰 시스템의 희생자입니다. 따라서 모가디슈는 그 배경을 초월하여 모든 것이 무너질 때 사람들의 공유된 인간성을 재발견하는 이야기가 됩니다.